Men's Farewell Flowers (2026)
다시 가족 앨범을 들여다보았다. 이번에 시선이 멈춘 곳은 할아버지의 장례식 풍경이 담긴 사진들이었다. 한국의 장례 문화에서 근조 화환은 단순한 조의의 표시를 넘어선다. 보내는 이의 소속과 직함이 선명하게 새겨진 이 화려하고 육중한 화환들은 장례식장을 사회적, 정치적 지위가 가감 없이 드러나는 과시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사진 속에는 대한항공 사장과 포항제철의 박태준, 대우그룹의 김우중, 그리고 수많은 국회의원까지 당시 한국 정·재계의 정점에 서 있던 이름들이 즐비했다. 그것은 거대한 ‘지위의 인증’과도 같았다. 여기서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되는 사실은 그 명단이 예외 없이 모두 남성으로만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꽃이라는 매체는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작별을 고하고 서로의 건재함을 재확인하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연대의 도구로 작동하고 있었다.
나는 이 화환의 이미지들을 ‘그리움’이라는 가곡과 엮어 영상 작업으로 재구성했다. 1980년대에 집에서 녹음된 이 곡에는 언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성악가를 꿈꿨던 아버지는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그 꿈을 접어야만 했고, 나의 언니는 이 작업 내에서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서 배경이 된다.
이 작업은 화환이 상징하는 견고하고 요란한 남성적 권위와 그 이면에서 지워지거나 침묵해야 했던 개인의 정서를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재배치하는 시도이다.
This video work weaves together archival fragments from my family’s collection: a photograph of funeral wreaths from my grandfather’s burial and an audio recording from the 1980s featuring my father’s singing accompanied by my sister’s piano.
The imagery of funeral wreaths—flowers sent from men to men in a formal line of farewell—unfolds alongside scenes where men take the lead while women remain a step behind. Through this quiet progression, I sought to expose the unspoken dynamics of a patriarchal society: its inherent authority, rigid hierarchy, and the subtle yet persistent mechanisms of exclusion.
